천주교에 발걸음을 들이려는 분들이라면
'고해성사'라는 말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신부가 고해소에서 죄를 듣는 장면을 보셨을 수도 있죠.
고해성사는 천주교 신앙생활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아름다운 성사이지만,
동시에 가장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성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해성사는 결코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용서를 체험하고
죄의 짐을 벗어던지는 '화해의 성사'입니다.
이 글에서는
고해성사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쉽고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이 글을 통해 고해성사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1. 고해성사(화해의 성사)란 무엇인가요?
고해성사는
천주교의 일곱 성사 중 하나로,
신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받아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성사입니다.
흔히 '판공성사'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일 년에 두 번(부활 시기와 성탄 시기) 이상
고해성사를 보도록 권장하는 데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이 성사는
죄를 지은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은총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돕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신자는 이 성사를 통해 죄의 짐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1.1. 왜 하느님께 직접 용서를 빌면 안 되나요?
이 질문은
고해성사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천주교는 하느님께 직접 용서를 비는 '자유로운 통회'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해성사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예수님의 권한 위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라고 말씀하시며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이 권한은 사도들을 통해 오늘날의 주교와 신부들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 교회 공동체와의 화해: 우리가 죄를 지으면 하느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몸인 교회 공동체에도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고해성사는 죄인과 하느님 사이의 화해를 넘어, 죄로 인해 손상된 교회 공동체와의 관계도 회복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신부를 통해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것은, 눈에 보이는 교회의 대표자 앞에서 공동체와의 단절을 회복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 영적 지도와 구체적인 조언: 신부는 고해성사를 통해 신자의 영적 상태를 파악하고, 죄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언이나 보속(죄에 대한 합당한 행위)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용서를 받는 것을 넘어 영적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 겸손과 책임감: 자신의 죄를 다른 사람(신부) 앞에서 고백하는 행위는 깊은 겸손과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합니다. 이는 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고해성사를 위한 준비와 과정
고해성사는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성찰하고 고백하는 거룩한 예식입니다. 따라서 그에 합당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2.1. 고해성사 준비물: 성찰과 통회
고해성사를 잘 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바로 마음입니다.
- 양심 성찰: 먼저, 조용히 하느님 앞에 머물며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봅니다. 십계명이나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하느님과 이웃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며, 일상생활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거스른 모든 것을 떠올려봅니다. (예: 미사 참례 불성실, 거짓말, 이웃 비방, 게으름, 이기심, 분노 등)
- 통회 (뉘우침):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을 가집니다. 이는 단순히 후회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죄가 하느님의 사랑을 거스르고 자신과 이웃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깨닫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 고해할 죄 목록 정리 (선택 사항): 생각난 죄들을 간단히 메모해 가면 고해성사 중 당황하지 않고 모든 죄를 고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2.2. 고해성사 과정: 하느님과의 만남
고해성사는
보통 성당 내 '고해소'라는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고해소는
신부가 앉는 자리와
신자가 앉는 자리가 분리되어 있으며,
칸막이가 있어 신부를 직접 보지 않고도
고백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 입장 및 인사: 고해소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후, "찬미 예수님" 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성호를 그으며 시작합니다.
- 고해 시작: 신부에게 "고해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나 신분 등을 간단히 밝혀도 좋습니다. (예: "고해한 지 한 달 됐습니다. 30대 미혼 여성입니다.")
- 죄 고백: 양심 성찰을 통해 떠올린 죄들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고백합니다. 특별히 숨기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죄를 너무 길게 설명하거나 변명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죄를 지었는지 분명히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예: "지난 한 달간 주일 미사에 한 번 빠졌습니다.", "친구의 험담을 했습니다.", "화를 참지 못하고 부모님께 불손하게 대했습니다.")
- 신부의 훈계 및 보속: 죄 고백이 끝나면 신부는 신자의 죄를 듣고, 간략한 훈계(가르침)와 함께 죄를 보상하는 의미의 보속을 일러줍니다. 보속은 주로 기도문(예: 주님의 기도 1번, 성모송 3번)을 바치거나 선행(예: 가난한 이를 돕는 마음)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 통회의 기도: 신부가 일러준 보속을 기억하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을 담아 통회의 기도를 바칩니다.
- 자비송(통회의 기도): 오! 하느님, 자비하시고 인자하신 아버지, 저의 죄로 인하여 마음 아프게 하여드린 모든 것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오니,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용서하여 주소서. 저는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결심하며, 당신의 거룩한 은총으로 당신을 더욱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더욱 충실히 지키겠습니다. 아멘.
- 사죄경: 통회의 기도를 마치면, 신부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하는 사죄경을 읊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나 그대에게 죄 사함을 주노라. 아멘."
- 마무리: 신부가 "가서 평안히 지내십시오." 또는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하면, "아멘." 또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고 고해소를 나옵니다.
- 보속 이행: 고해성사 후에는 신부가 일러준 보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3. 고해성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고해성사에 대해 흔히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오해들을 풀어드리겠습니다.
3.1. "신부에게 내 죄를 다 말해야 하나요?"
네, 하느님 앞에서 모든 중한 죄를 숨김없이 고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부는 고해성사의 내용을 외부에 발설할 수 없는
'고해 성사의 비밀(성사 불가침권)'을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이 비밀을 어기는 신부는 교회법상 가장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따라서 신부님은 당신의 죄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습니다.
3.2. "죄를 짓지 않아야만 고해성사를 볼 수 있나요?"
아닙니다.
고해성사는 완벽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죄인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성사입니다.
죄를 지었기에 고해성사를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으려는 진실한 노력입니다.
3.3. "같은 죄를 또 지으면 어떻게 하나요?"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같은 죄를 반복해서 지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죄를 뉘우치고 다시금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같은 죄를 반복하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본다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용서해 주십니다.
죄를 짓는 것보다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것이 더 큰 죄입니다.
맺음말: 용서와 치유의 은총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깊이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죄의 짐을 벗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용기를 내어 고해성사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그 안에서 당신은 상상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과 치유의 은총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신앙 여정에 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